추천사가 강렬하다. 익히 들었던 (안타깝게도 아직 읽지는 못한) "팔지 마라, 사게 하라"의 저자가 쓰시길 "80만원짜리 아이폰을 10분 안에 10억 원에 파는 직접 마케팅의 경이를 목격"하게 된다고.. 책을 수령하고, 생각보다 두꺼운 모습에 + 퍼널 이야기에 또 다른 그로스 퍼널(AARRR)이야기 아니야? 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오산이었다.
마케팅 설계자
마케팅 "설계자"는 흔히 디지털 마케팅, 그로스 마케팅 등등 하면 유명한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해킹 등등과 다르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퍼널"이라는 단어에 필자는 당연히 그로스해킹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여기서 퍼널은 세일즈 퍼널에 가깝다. (엥, 그로스도 아니고 심지어 더 오래된 세일즈 퍼널이라고?) 그렇다면 저자는 이미 오래도록 사용되어 온 세일즈 퍼널에 대해 도대체 뭐가 새롭다고 이야기하는 걸까?
파트 1. 공식 이해하기
첫번째 파트에서 저자는 비밀 공식들을 소개한다. 이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후크 > 스토리 > 제안", "가치 사다리", "매력적인 캐릭터" 이다.
제품을 팔다가 막히거나 경쟁이 심화되면 보통 쿠폰을 제공하거나 프로모션을 통해 가격을 인하할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함정에 빠지는 시작점인 것. 러셀은 같은 가격이더라도 더 높은 가치를 인지시킬 수 있는 무기로 "스토리"를 제안한다. 앞서 언급한 80만원짜리 아이폰을 10분 안에 10억원에 팔았던 방법이 뭐냐고? 바로 10억원을 내더라도 충분하다 싶을 만한 가치를 스토리텔링한 것이다. (자세한 방법이 궁금하면 바로 P60-80을 펴면 된다.)
스토리텔링, 기본 아니냐고? 그런데도 아직 잘 안팔린다면 "가치 사다리"를 되짚어볼 타이밍이다. 가치 사다리란 무료 또는 아주 저가의 가치를 고객에게 주어 아직 온도가 뜨거워지지 않은 고객이 서서히 우리의 비즈니스에 대해 알아가도록 하고, 점차 구매를 거듭하며 총 지불금액을 늘려갈 수 있도록 가치의 단계를 구분하여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번 비즈니스 상황을 벗어나, 일상을 떠올려보자. 초면인 사람이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위해 밥을 사달라고 하면, 그 사람이 아무리 매력적일지라도 거부감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 사람이 작은 도움을 주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지도 모른다. 이렇게 가치 사다리는 이렇게 아주 작은 가치부터 제공하며 고객과 연결성을 만들고, 그것을 이어가며 점진적으로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인지시킴과 동시에 구매를 유도하는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다.
가치 사다리에서 한가지 핵심은, 사다리의 단계별로 적절한 세일즈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것은 퍼널의 단계와도 연결이 되는데, 가벼운 관계라면 간단한 온라인 채팅 정도로 충분할지 모른다. 하지만 점점 취급하는 상품의 가격이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휴먼터치를 선호한다. "나를 위해 이 사람이 시간을 쓴다. 나를 위해 이 사람이 전화를 한다. 나를 위해 이 사람이 제품을 추천하고, 구매가 완료될 때까지 assist한다." 이런 인식이 사람들에게는 무의식적으로 존재하며, 각 사다리의 단계에 적합하게 세일즈 기법을 적용할수록 사람들은 더욱 쉽고 자연스럽게 그 가치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백화점의 VIP 서비스를 떠올려보자)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포인트는, 단순한 구조에 그칠 수 있는 "세일즈 퍼널"만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과정에서 고객에게 인지시킬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라고 제안하는 부분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란 이름과 배경이 있고, 비유/적당한 흠결/극적인 효과를 사용하는 어떤 가상의 주체이다. 과거부터 인간이 매력을 느끼는 스토리와 그 안의 캐릭터의 패턴은 정해져 있다고 했다. 오죽하면 명감독들의 주머니에는 항상 너덜너덜해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있다고 할까. 저자는 아주 간결하게 사람을 현혹하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구성요소를 소개하고, 실제로 책을 읽으며 나를 위한 매력적인 캐릭터를 같이 구성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파트 2. 퍼널 설계하기
파트 2는 앞에서 언급된 가치 사다리를 기반하여 4가지 단계를 따라 구사할 수 있는 전략들을 각각 다룬다. 통상적으로 Lead Generation이라고도 부르는 시작점에서 고객 정보를 획득하는 첫 단계부터, 제품의 가치를 발견하도록 이끄는 두번째 단계인 언박싱 퍼널, 언박싱 퍼널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구매를 부르는 프레젠테이션 퍼널,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 구매 고객을 VIP로 만드는 전화 퍼널까지.
파트 3. 스크립트 쓰기
그래서 퍼널이 뭔지도 알겠고, 어떻게 설계할지도 알겠는데, 그래서 "어떤 컨텐츠/카피로 각 퍼널을 채워야 하지?". 저자는 이런 독자들의 고민을 미리 파악했는지, 각 퍼널별 디테일한 스크립트를 제공한다. 퍼널별로 레퍼런스 따위는 찾을 필요가 없는 것. 각 퍼널의 단계별로 자세한 스크립트를 다음과 같이 제공한다.
파트 4. 퍼널 완성하기
이쯤되면 예상했을지도 모르겠다. "마케팅 설계자"인 저자는 놀랍지 않게 본인의 프로덕트를 책에서 소개한다. (그렇다 이 책은 가치사다리의 시작 단계, 저가의 가치 제공이었던 것..!) 왠지 괘씸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한번 속아주는 셈 치고 들어가보자. 책에서 설명된 모든 요소가 생생하게 살아있고, 심지어 활용할 수 있기까지한 레퍼런스라니, 얼마나 좋은가? 단, 정신없이 살펴보는 사이에 가치의 사다리를 타고 고액 강의를 결제하고 있을지 모르니 주의할 것.
이렇게 갓 나온 따끈따끈한 책, "마케팅 설계자"를 살펴보았다. 아직도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된다면..
이런 분에게 당장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 뭐라도 온라인으로 팔아볼까 싶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신 분
- 최근에 온라인 비즈니스 시작했지만 잘 안팔려 고민이신 분
- 최근에 강의 컨텐츠를 열심히 만들었지만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분
- 저가 강의는 팔리기 시작했는데, 강의의 수익화, 고가 상품을 어떻게 개발해야할지 막막한 분
- 마케팅 퍼널이 뭔지도 알고, 얼추 구축도 다 해놨는데 항상 카피라이팅에 머리가 아픈 분
두께에 겁 먹을 필요 없다. 핵심 내용마다 친절하게 도식화를 첨부해두었으니, 망설이지 말고 당장 "마케팅 설계자"를 한번 펴볼 것.